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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사 연재 #9] 헬레니즘 시대와 스토아 학파

미학사 연재

by AppyHending 2020. 7. 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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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향력은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사망한 기원전 323년부터 그리스가 로마에 병합된 기원전 146년까지의 기간을 헬레니즘 시대라 지칭한다. 헬레니즘 시대에 그리스의 영향력은 지중해 전역으로 넓어져 그리스의 알렉산드리아와 터키의 안티오케이아가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후 헬레니즘 문화는 기독교가 로마 전역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도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학』이 오늘날까지도 장르비평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 세기 시 연구자들이 『시학』을 연구한 자료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그나마 아리스토텔레스의 애제자 테오프라스투스(Theophrastus)가 시학을 연구하여 로마인에게 알린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후 호라티우스의 『시론』이 나오기까지 시론은 시학 이후로 명맥이 끊긴 상태였다. 이 시기에 아카데미와 리세움이 존속하고 어느 정도 학술활동이 활발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나마 당시에 활동했던 스토아 학파, 에피큐로스 학파, 회의주의 학파에서 연구한 미학 이론이 이 시대를 대표하고 있다.

스토아 학파는 시와 시론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제논(Zeno), 클레안테스(Cleanthes), 크리시포스(Chrysippus)과 같은 스토아 학자들이 시학에 관한 논문을 썼다. 특히 필로데무스(Philodemus)는 디오게네스(Diogenes)의 음악론에 대해 글을 썼는데 디오게네스의 주장은 스토아 학파 주장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눈여겨볼 만하다. 디오게네스에 따르면 음악가들이 음을 일상적 지각과는 다르게 지각 특질의 배열로 듣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음악가들은 음이라는 감각의 상호간 하모니와 리듬 관계로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와 매우 유사하게 스토아 철학자 파나이티오스는 가시적 대상의 미는 각 부분들의 배열에 따라 결정되며 인간은 동물보다 고차원적인 지각으로 미를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토아 학파는 올바른 행위란 개인적 이성logos와 자연의 보편적 로고스의 일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파나이티오스가 대상의 미(질서와 배열)을 정신의 합리적 질서와 동일시하고 미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을 질서있는 생활과 연관지어 생각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스토아 학파는 시의 쾌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었다.

그들은 쾌도 긍정적인 쾌chara와 부정적인 쾌hedone로 나뉘며 마음이 올바른 사람은 시를 읽으면서 긍정적인 쾌락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플라톤이 비판했던 것과 달리 스토아 학파는 시에서 쾌를 느낀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비합리적이 된다고 보지 않았다.

또한, 스토아 학파는 시의 절대미에 주목했다. 필로데모스에 따르면, 우리가 시를 듣고 더 나은 시와 못난 시를 구별하는 기준은 하나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지각에서 느낄 수 있는 형식미다. 스토아 교의에 따르면 지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항상 합리적 판단 요소를 내포한다. 그래서 우리가 지각에서 기쁨을 느낀다면 그 안의 합리적이고 질서 있는 부분 덕분에 기쁨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시를 듣고 쾌를 느낀다면 그 시의 심미성, 즉 통일성과 조화의 원리를 파악한 셈이다. 다시 말해 시의 즐거움은 그 시가 훌륭하다는 암시와도 같다.

그렇게 본다면 스토아 학파에게 시는 질서를 내포하여 도덕적으로 유용한 존재였다. 스토아 학자 스트라보(Strabo)는 시가 학교 도덕 교육에 유용한 것이고 시를 우화적으로 해석된 철학 혹은 최고의 진리 전달자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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