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니즘 시대 이후 지중해에 나타난 로마 제국은 기원전 27년부터 몇 세기에 걸쳐 서유럽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로마의 흥성기 동안 많은 문학적 문체에 관한 수많은 저작들이 산출됐고 그것들 중에는 위대하고 지속적인 가치를 지닌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예술에 대해 철학적 접근이 지극히 이루어진 시기는 아니었다. 로마 시대의 시와 수사학에 대한 관심은 실제적이거나 교육학적으로 넘어갔다. 그래도 로마 시대의 미학적 논의를 이야기해보자면 호라티우스(Horace)와 카시우스 롱기누스(Cassius Longinus)와 같은 철학자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플로티누스Plotinus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호라티우스와 롱기누스는 시에 대한 담론을 전개했다. 호라티우스는 『피소스에서 보낸 서한 Epistle to the Pisos』(퀸틸리안이 붙여준 제목 『시론 Ars Poetica』로 더 잘 알려져 있다)에서 문체와 극 구성에 관한 주장을 전개한다. 그에 따르면 시는 자연과 예술 양자의 산물이다. 그리고 시는 도덕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갖기 때문에 진지하게 다뤄야 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호라티우스의 논의는 이전 시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첨예한 논의와 비교하면 추상적인 편이었다.
“시는 그림과도 같다. 어떤 것은 가까이 다가서면 그럴수록 그대를 더욱 감동케 할 것이며 또 어떤 것은 멀어질수록 더욱 감동케 할 것이다.”(『시론 Ars Poetica』)
롱기누스는 힙수스 hypsus라는 단어를 통해 위대함 문학작품만의 특질을 정의한다. 롱기누스는 그의 저서 『시에 있어서의 고귀함에 관하여 On Elevation in Poetry』를 통해 문체 자체에 주목하고 숭고라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도를 한다. 롱기누스는 힙수스의 성질로 5가지를 고안하는데 그중 가장 근본적인 성질은 (1) 원대하고 중요한 사상과 (2) 격렬한 정서다. 이들이 근본적이라 간주되는 바로 ‘숭고’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숭고란 독자에게 단순한 쾌락이나 지적 신념이 아닌 황홀 ekstasis을 낳는 것이다. 그리고 숭고를 낳기 위해 “정서가 낱말들에 광기를 불어넣고 신적 영감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VIII 4)고 강조한다.
“진정한 숭고는 그 본성에 의해 우리를 고양시킨다. 홀려 있음이 자랑스럽다는 기분으로 고양된 우리로서는 마치 우리가 들었던 음악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듯이 유쾌한 자존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VII, 2)
플로티누스에 대한 이야기는 간략하게 시작하고 다음 포스팅에서 알아보자. 기원후 1세기 동안 알렉산드리아와 로마, 그리고 아테네 학당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가르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플라톤 철학은 1세기 후반에 변화를 맞이한다. 1세기 초의 필로와 1세기 후반의 누메니우스에 의해 신플라톤주의라는 새로운 사상 노선이 발생하고 이를 플로티누스가 발전시킨 것이다. 그의 사상은 종교 철학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미학에서도 빠질 수 없는 지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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